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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April 11, 2006

바이오 에탄올이여, 구원하소서

바이오 에탄올이여, 구원하소서


식물 섬유조직인 셀룰로오스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적은 연료를 추출
흰개미 소화기관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이용하는 방법 등에 관심 집중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요즘 에너지 문제의 아찔한 공포감에 시달리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1997) 스티븐 추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소장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마이크로켈빈 온도’(절대영도에서 100만분의 1이 될 때의 온도)까지 원자를 냉각시키는 장치로 내부 구조를 해명하는 데 이바지했다.



△ 바이오 에탄올이 환경 자동차 연료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발생량을 70%나 줄이는 사브의 ‘바이오 파워’ 콘셉트카. (사진/ EPA)





그가 관심을 기울이는 대상은 놀랍게도 흰개미에서 에너지를 얻는 방안이다. 그가 흰개미를 주목하는 까닭은 소화기관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단단한 식물섬유 조직인 셀룰로오스를 에탄올로 전환시키기 때문이다. 만일 흰개미 미생물을 대량생산한다면 바이오 에탄올이 에너지 문제의 해결사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이미 옥수수 에탄올 공장 가동중


지금은 흰개미 미생물의 유전자 서열조차 밝혀내지 못했다. 미생물이 셀룰로오스를 분해할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파악하면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극복하게 되는 꿈같은 해법이다. 미생물에 의한 셀룰로오스 에탄올은 아이디어에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1일 미국 에너지부는 앞으로 3년 동안 바이오 에너지 개발에 1억6천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셀룰로오스 에탄올 연구는 핵심 과제로 꼽힌다. 머지않아 흰개미 미생물이 에탄올 생산의 주역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예견케 하는 대목이다. 미생물이 농수산물의 부산물이나 나무·낙엽·잡초 등을 삼켜 에탄올을 생산할 날이 다가오는 셈이다.

사실 에탄올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에너지원으로 떠오른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현재 미국에는 옥수수로 에탄올을 만드는 100여 개의 공장이 가동 중이다. 이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사우스다코타주의 베라선 공장은 연간 1억2천만 갤런의 에탄올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40억 갤런(182억ℓ)의 에탄올이 휘발유 첨가제로 쓰였다. 이는 전체 휘발유 소비량의 2%, 에너지 용량의 1.3%에 해당한다. 문제는 옥수수로 에탄올을 생산하는 방식으로는 휘발유 소비량의 10%도 충당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게다가 옥수수를 생산하고 에탄올로 바꾸는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해 대체 에너지로서의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옥수수 유래 바이오 에탄올은 환경과 비용 측면에서 효용성이 떨어졌다. 하지만 에탄올은 옥탄가가 높고 일산화탄소와 탄화수소 배출을 줄이는 등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뛰어나다. 일본 자원에너지청 연료정책소위원회에 따르면 에탄올은 TOE(석유환산톤·1TOE는 원유 1t의 발열량 107kcal)당 1.8~2.9t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적 효과로 이어진다. SK주식회사 석유연구소 신동현 연구원은 “기존 휘발유에 에탄올 5%를 배합하면 연간 50만t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이를 유럽연합이 정한 탄소배출권 구매 비용에 적용하면 연간 15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바이오 에탄올의 경제성을 높여라. 기존의 에탄올은 옥수수를 원료로 한다(오른쪽). 셀룰로오스 기술에 의한 차세대 에탄올은 목재 같은 식물성 재료를 이용할 수 있다(맨 오른쪽).(사진/ EPA/ Francesco del bo)






이런 까닭에 연구자들은 친환경적 에탄올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에탄올 유래 식물의 범위를 넓히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 뉴욕주립대학 연구진은 나무에서 에너지가 풍부한 당분을 얻으려고 한다. 연구진은 나무의 주요 성분이면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한 셀룰로오스를 이용하려고 한다. 셀룰로오스는 나무를 자를 때 남는 조각에서 추출하면 된다. 이들을 물과 혼합해 고온에서 장시간 처리한 뒤 필터를 통해 에탄올을 얻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재질이 상대적으로 단단한 은행나무나 버드나무 등에서 다량의 에탄올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생산과정의 부산물을 에너지로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 생명공학연구소 연구팀은 식물 폐기물에서 값싼 바이오 에탄올을 얻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식물성 폐기물을 알코올로 변환시킬 수 있는 효모 타입을 선보인 것이다. 연구팀은 곡물이나 사탕무·사탕수수 등에서 나오는 잔류물을 연구하면서 짚·나무 찌꺼기 같은 식물성 폐기물을 연료로 변환시키는 공정을 알아냈다. 식물의 구성물질을 에탄올로 바꾸는 효모는 자연에서 얻을 수 없는 것으로 기존 효모 유전물질에 새로운 유전자를 주입해서 만들었다. 이 효모를 통해 식물성 물질이 에너지원으로 거듭나는 셈이지만, 에탄올 산출량을 높이고 발효 시간을 줄여야 대량생산에 이를 수 있다.

이처럼 효모를 이용해 식물성 폐기물을 에탄올로 바꾸는 것은 술 빚는 과정을 그대로 따른다. 다만 곡물을 이용해 술을 빚는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미 캐나다 오타와에 있는 아이오젠사는 섬유상 곰팡이를 이용해 에탄올을 생산하는 기술을 확립했다. 이 회사는 날마다 밀짚이나 옥수수 여물 등 농업 폐기물 40t을 미생물로 처리해 셀룰로오스 에탄올을 생산한다. 밀짚을 섭씨 50도로 환기되는 환경에서 일주일 동안 발효시킨 뒤 1400(LNH-ST)이라는 특수 효소를 첨가하고 여과와 증류를 통해 정제된 에탄올을 얻는다. 이 에탄올은 완전한 재생 바이오 연료로 모자람이 없다.

더욱이 아이오젠사처럼 에탄올을 생산할 때 나오는 부산물을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농업 폐기물이 에탄올로 바뀌는 과정에서 나오는 주요 부산물이 리그닌(lignin)이다. 이 물질은 산소가 함유된 복합유기물로 셀룰로오스와 함께 목재를 이루는 주성분이다. 아이오젠사는 밀짚 같은 에탄올 원료에서 나오는 리그닌을 공장에서 태워 시설 전체의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하고 있다. 그야말로 일거양득의 에너지원인 셈이다. 이런 에탄올을 만드는 데도 환경비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농업 생산물 재배에 쓰이는 비료를 만들고, 트랙터를 돌리는 데 에너지가 소요되고, 특수 효소를 첨가하는 데도 별도의 비용이 들어가 경제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에탄올이 에너지 효율과 환경비용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나무나 풀, 농작물 등 재생 가능한 식물들을 그대로 이용해 에탄올을 얻는 것이다. 식물의 목질 부분에 있는 질긴 섬유질을 분해하는 새로운 셀룰로오스 기술을 확보하면 된다.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먼 미래의 일도 아니다. 영국 런던임페리얼컬리지와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 등이 저렴한 비용으로 섬유질을 분해하는 셀룰로오스 설비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 설비는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연료는 물론 화학물질·동물 사료·전력 등까지 생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에탄올은 국내 연료로 쓰이기 힘들어


여기에다 흰개미의 미생물을 다량 확보하면 에탄올의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지금까지 흰개미 소화기관에서 200여 종의 미생물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미생물이 에탄올의 미래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은 에탄올의 시대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지난 1월 부시 대통령이 대안 에너지로 에탄올을 제시한 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물론 이들은 옥수수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기존 에탄올이 국내의 자동차 연료로 쓰이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웃도는 인프라 변경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다만 셀룰로오스 기술에 기반한 에탄올이 우리를 휘발유에서 자유롭게 할 것만은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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